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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* 12월, 한 해의 끝에서 **

와룡산 2006. 12. 6. 18:55
** 12월, 한 해의 끝에서 **


    ** 12월, 한 해의 끝에서 **

    - 詩 : 안 희선님 -

    세월에 내몰리 듯 그렇게 떠밀려 살다보니,

    횅하니 벽에 남은 달력 한 장이 외롭습니다

    한 해의 끝에서 그 달력을 걷어낼 때마다,

    내 안에서 부서지는 나의 소리를 듣습니다

    감당하지 못했던 나날들이 부끄러운 기억으로

    살 속 깊이 파고 듭니다

    창 밖을 보니, 마지막 이파리를 벗고

    겨울을 입은 나무들이 외롭지만 의연한 모습으로

   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

   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슬픔 같은 것이

    잠시 눈동자에 어리다가 이내 흔들립니다

    왠지 고독하다는 이유로

    스스로 향기가 되고 싶은 매혹적인 우울함이

    텅 빈 몸에 차오릅니다

    그러나, 이 겨울은 낯설기만 합니다

    지난 가을의 길목에서 돋아난 그리움이

    한껏 부풀어,

    낙엽도 아닌 것이 가슴 위에 아직도

   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

    이 겨울은 나를 기다리지도 않고

    그렇게 저 홀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

    이럴땐, 정말 누군가의 전부가 되고 싶습니다

    처음으로 쓸쓸함을 배웠던 날처럼,

    지워지는 한 해의 끝이

    눈 앞에서 하염없이 흔들립니다

    차가운 겨울바람이라도 마시지 않으면,

    헛헛함으로 쓰러질 것 같은 날...

    그리움이고 싶은, 사람의 이름을

    내 안에서 조용히 불러봅니다

    비록, 낯선 바람에

    한없이 흔들리는 빈 몸이더라도

    이제사 겨울로 떠나는 나의 계절이

    차갑지 않기 위해

    작은 불씨 하나 그렇게 가슴에 지피렵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