잎새가 떨어지기까지










      ♣ 잎새가 떨어지기까지 - 이정하 ♣

     
    





        언제부턴가 난 열매보다 나뭇잎을
       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.

        사실이지 가을날 탐스러운 열매가
        맺히기까지는 그야말로 수많은 나뭇잎의
        헌신적인 봉사가 있었지 않습니까.

        여름철,
        그 따가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
        때로는 시들고 말라 죽기까지 한
        잎새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
        가을날,
        살진 열매가 탐스럽게 달릴 수가 있었던 겁니다.

        그런 나뭇잎의 수고로움이 없었다면
        어찌 조그마한 열매라도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까.

        그렇게 자기 할 일을 다한 잎새가
        가을이 다하면 결국 빈 손만 가지고
        흙으로 돌아갑니다.


        결코 열매를 시샘하거나
        남아 있겠다고 고집부리지 않고
        미련 없이 제 한 몸을 떨구는 것이지요.

        이와 같은 잎새에게서 난 실로
        삶의 경건한 의미를 느낍니다.

        평생을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
        자기 길에서 땀 흘리고 수고한 잎새.


        그렇다고 해서
        결코 자기 공을 내색하지 않으며
        자기 한 몸을 다 태우다가
        떠날 때는 오히려 빈 손으로 떠나는 잎새.

        그런 삶의 자세로 우리가 살아간다면
       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우며
        또 우리의 삶의 과정은
        얼마나 아름다울는지요.



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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