비가 온다. 어제도 왔다. 비가 와도 이제는 슬프지 않다. 슬픈 것은 슬픔도 주지 못하고 저 혼자 내리는 비 뿐이다.
슬프지도 않은 비 속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. 비 속에서 우산으로 비가 오지 않는 세계를 받쳐 들고 오, 그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.
비가 온다. 슬프지도 않은 비. 저 혼자 슬픈 비.
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비에 젖고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오늘도 가면도 없이 맨얼굴로 비 오는 세계에 참가한다.
어느 것이 가면인가. 슬프지도 않은 비. 저 혼자 슬픈 비.